건물 문턱보다 높은 교육 문턱..."장애인들 배울 권리 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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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 기자 (pshin@idomin.com)
- 노출 2023-04-13 18:5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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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배려 없는 장소 선정 등
수강불가 사례 다수...개선 요구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그동안 비가 와서,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교통수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았습니다. 평생 집에만 있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습니다.”
뇌병변 장애인 강세경(46·창원시 진해구) 씨를 포함한 진해장애인평생학교 장애인 10명은 지난 6일 창원시에서 운영하는 ‘오감체험 자원순환교육’에 신청했다. 폐기물을 활용해 재활용 제품을 만들고 올바른 재활용품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는 유용한 교육이었다.
하지만 강 씨를 비롯한 장애인들은 교육장 근처도 못 가보고 수강을 포기해야 했다. 교육 장소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3층에 있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는 이들은 건물 입구 문턱을 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들 교육 신청을 도맡아 했던 장애인평생학교는 곧바로 진해구청에 교육 장소 변경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구청은 장소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근처 성산구청에서 하는 교육을 들으라고 안내했다.
조혜진 진해장애인평생학교 교사는 “거주지 근처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듣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다른 지역 교육을 들으라는 답을 들으니 답답했다”며 “교육 장소 변경이 불가능하니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직접 연결까지 해주고 대안을 확실하게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듭된 요청에도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자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를 비롯한 교육을 신청한 장애인들은 13일 오전 교육장이 있는 창원시재활용센터를 찾아 항의했다.
이날 김상민 진해장애인인권센터 소장은 “지역 주민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교육인데 장애가 있다고 못 듣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진해만 해도 1층에서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데 굳이 엘리베이터도 없는 오래된 건물에서 교육을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창원시는 뒤늦게 해명을 내놨다. 송능숙 창원시 자원순환과 팀장은 “담당 직원이 응대를 잘못해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며 “자원순환교육 장소도 이른 시일 내에 변경해 장애인들도 교육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장소 선정 때 장애 유무가 고려되지 않는 것은 비단 창원시재활용센터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주민자치 프로그램도 장애인에게는 멀기만 하다.
지체장애인 손미연(72·진해구) 씨는 거주지 인근 주민자치 프로그램 중 서예를 배우고 싶어 문의를 했다 거절당했다.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손 씨는 “허리 위로는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손으로 하는 취미를 가져보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며 “한 번 그렇게 좌절을 겪다 보니 다음부터는 아예 교육받을 생각을 안 한다”고 불편을 털어놨다.
심자호 진해구청 행정과 주무관은 “주민자치센터 내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는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교육 신청을 받을 때 장애 유무를 미리 파악해 장애인들이 교육을 못 받고 헛걸음하는 상황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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