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투표 첫날 창원지역 투표소 둘러봤더니 장소별로 장애인 편의시설 지원 부족 '여전'
페이지 정보
본문
사전 투표 첫날 창원지역 투표소 둘러봤더니
장소별로 장애인 편의시설 지원 부족 '여전'
"이동이 너무 불편해요."
22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대산노인대학을 찾은 신대길(37) 씨가 몸을 꼬며 힘겹게 입을 뗐다. 뇌 병변·언어 중증 장애를 앓는 그는 전동휠체어로 이동한다. 신 씨는 장애인 투표권 행사 미비점 개선에 힘을 보태고자 투표소를 찾았다. 현장 점검에는 민경선 진해장애인인권센터 사무국장 등 장애인 지원 단체 직원 세 명이 동행했다.
22대 총선 사전투표 당일인 5일 오전 신대길 씨가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대산노인대학 앞 도롯가에 세워진 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석환 기자
신 씨는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대산노인대학 건물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산노인대학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텅 비었지만, 그를 태운 차량은 주차금지 표지판 두 개에 가로막혀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건물 밖 2차로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 도로에서 모니터링단 도움을 받아 하차했다.
차에서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종이 상자였다. 파랗게 표시된 장애인 전용 인도에 쓰레기가 버려져 진로가 막혔다. 바퀴에 상자가 밟혀 휠체어가 덜컹거렸다.
대산노인대학 내부. 문턱이 있는 화장실만 있을 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없다. /최석환 기자
신 씨가 계단 구조인 대산노인대학 출입구에 설치된 임시 경사로를 타고 올라갔다. 안전 기둥이 없는 경사로였다. 휠체어가 뒤로 젖혀지지는 않았지만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내부에서 그는 비장애인이라면 쉽게 지나칠 공간에 시선을 집중했다. 1층에 마련된 투표소를 확인하고는 화장실을 찾았다. 둘러보니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턱이 있는 일반 남녀 화장실만 있었다.
두 화장실 사이 입구 간격은 휠체어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았다. 당연히 사이 공간에서 회전이 쉽지 않았다. 문턱을 넘더라도 혼자 힘으로 화장실 내부 이동은 어렵다. 신 씨는 "여기 화장실 진짜 불편하다"고 말했다.
동읍주민복지관 사전투표소 역시 대산노인대학 건물처럼 장애인을 차별하는 구조는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었지만 남녀공용이었다. 비장애인 화장실만 남녀 따로 구분을 뒀다. 이곳에서 차로 17분 거리에 있는 감계복지센터는 남녀 따로 장애인 화장실을 둔 것과 대비됐다. 오후에 찾은 성산구 중앙동행정복지센터도 남녀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설치됐다.
장애인모니터링단이 찾은 의창구와 성산구 사전투표소는 7곳이다. 기표소는 1층에 있거나 엘리베이터로 이동 가능한 곳에 있었다. 손으로 기표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도구(마우스피스)는 없었지만 특수형 기표 용구(레일 버튼형)가 추가됐다.
이날 장애인 지원 단체들은 창원뿐 아니라 도내 17개 시군별 사전투표소 145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이달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민경선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은 가족이나 보조인 도움을 받아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지만 사무원마다 답변이 달랐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발달장애인들은 투표 과정에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소가 행정복지센터인데도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며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맞지만 개선할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장애인 유권자 편의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애인단체 모니터링 결과와 내부 민원 등을 종합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이전글제2회 매드프라이드 경남_<미치도록 빛나는 우리> 행사 '우린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24.06.07
- 다음글이옥선 후보 "발달장애인 존중 사회 만들기" 등 약속 경남총선장애인차별연대와 "장애인 권리실현 10대 정책공약 협약" 24.04.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