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사회는 우리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요.”

30대 직장인 ㄱ 씨는 조현병을 향한 부정적 사회 시선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가 목소리를 낸 장소는 '세계 조현병의 날'을 기념해 24일 오후 용지문화공원(창원시 성산구 신월동)에서 열린 ‘제2회 매드프라이드 경남’. 매드프라이드는 정신장애인을 혐오와 배제 대상이 아닌 사회 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알리고자 기획된 행사다. 1993년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에서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2019년 서울에서 처음 열렸다.

9년 전 조현병 판정을 받은 ㄱ 씨는 한때 망상 증상이 심해 병원에서 입원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꾸준한 치료로 망상에서 벗어났다. 일반인과 다름없이 사회생활 중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도청당한다거나, 누가 나를 위협한다는 생각에 매 순간 불안에 떨 때도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약물 치료 끝에 그러한 생각을 모두 떨쳐냈다”고 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로 나와 같은 당사자들을 마냥 위험한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며 “우리도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시민이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용지문화공원(창원시 성산구 신월동)에서 ‘제2회 매드프라이드 경남’이 열리고 있다. /최석환 기자

이날 열린 제2회 매드 프라이드 경남은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정신 질환 인식개선 부스를 비롯해 캐리커처, 아트 공예 등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정신장애인 등 3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휠체어를 타고 온 지체장애인 김상석(50·양산시 중부동) 씨는 “정신 질환을 가진 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과할 정도로 범죄 같은 안 좋은 쪽에 연관 지어진 것 같다”며 “그런 인식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조현병이 절대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며 “동정과 시혜관점에서 장애를 볼 게 아니라 사회 한 구성원으로서 같이 살아가는 존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오후 용지문화공원(창원시 성산구 신월동)에서 열린 ‘제2회 매드프라이드 경남’ 참석자들이 무대에 올라 있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24일 오후 용지문화공원(창원시 성산구 신월동)에서 열린 ‘제2회 매드프라이드 경남’ 참석자들이 무대에 올라 있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참석자들이 24일 오후 행사 마무리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최석환 기자참석자들이 24일 오후 행사 마무리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최석환 기자

조효영 김해장애인자립센터 소장 역시 “조현병이 있는 분들도 사회에 나와서 어떤 애로가 있는지 서로 이야기를 들어보고 벽을 허물어야 한다”며 “조현병 환자도 자유롭게 세상 밖에 나와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 주최 측인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주민이든 장애인이든 한국 사회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사회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에도 같은 행사를 열어 정신병 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에 맞설 계획이다.

조현병 당사자인 주상은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조현병은 1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라면서 “하지만 당사자들은 사회적 낙인과 편견 문제로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 경남에 사는 똑같은 사람이자 시민”이라면서 “평범하고 보통의 삶을 영위하도록 그 길을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